
최근 불거진 ‘술자리 면접’ 의혹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JTBC ‘사건반장’은 지난 3월 7일 더본코리아 소속 임원이 예산군 ‘예산상설시장’ 점주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2차 면접이라는 명목으로 지원자를 술자리로 불러냈다고 전했다.
‘백종원’이라는 이름은 대한민국 외식업계에서 하나의 브랜드 자체였다. 그는 자영업자 생존법, 요리 콘텐츠 등 요식업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대중의 지지를 받아온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더본코리아는 ‘신뢰’와 ‘성실함’을 상징하는 외식 브랜드로 자리 잡아 왔다.
불건전한 조직 문화
해당 자리에서 불쾌한 신체 접촉 시도가 있었다는 폭로까지 이어지며, 이 사안은 단순히 채용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 감수성과 조직 문화 전반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특히 해당 사건이 공식적인 면접 과정으로 위장되었다는 점에서, 기업의 채용 시스템 자체가 얼마나 허술하고 위험한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를 민낯을 보여준다.
더본코리아 측은 “즉시 업무 배제를 조치하고 외부 조사기관을 통해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특정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건을 허용해온 기업 구조와 문화에 있다는 점을 더본코리아는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원재료 및 품질 논란
최근 몇 개월간 더본코리아는 연달아 각종 논란에 휘말려 있다. 농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 3월 7일경 경찰 내사를 받는가 하면, 수입산 원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국산으로 표기한 제품이 적발되기도 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은 물론,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문제들은 더본의 기업 윤리의식의 부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백종원의 백석된장’이 전통 한식을 표방하며 국내산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산 개량 메주와 수입산 대두를 사용했다. ‘국산’을 신뢰한 소비자에게 배신감을 안긴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더본코리아는 ‘한신포차 낙지볶음’의 원산지 표시 논란, 함량 미달의 과일 맥주 ‘감귤 오름’, 가격 대비 낮은 구성으로 비판받은 ‘빽햄 선물세트’ 등 여러 제품에서도 신뢰를 떨어트렸다. 심지어 백종원 대표가 고기를 굽는 과정에서 농약 분무기를 소스 용기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낸 사실이 알려지며 식품 위생에 대한 인식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아무리 현장에서의 창의성을 강조했다 하더라도, 안전과 위생이라는 기본 원칙을 무시한 발언은 대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문제의 핵심은 내부 시스템
방송에서 솔루션을 알려주며 상인에게 경영 방침이나 위생을 지적하던 백종원 대표가 주었던 이미지와 더본 코리아의 행태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 모든 사건이 단발성 사고가 아니라, 기업 내부 시스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위생, 품질관리, 법률 준수, 윤리적 책임이라는 기본 틀이 모두 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백종원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고개를 숙이고 “경영자로서의 책임”을 언급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논란 속에서, 단순한 사과 이상의 조치가 없는 것은 책임감을 가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한다.
백종원은 여러 방송에 출연하여 요식업, 나아가 음식에 대한 권위를 보여주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 요리사’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것만으로도 그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그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더본 코리아의 ‘홍콩 반점’ 프렌차이즈를 불시에 찾아가 운영을 점검하는 콘텐츠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지금까지 만들어온 위치와 이미지 모두 소비자에게 보여주기식으로 다가온다. 프렌차이즈 대표로서 관리도 열심히 하고, 음식의 맛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단순 홍보성 활동을 비춰진다는 것이다. 더본코리아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 허울뿐인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위기를 계기로 철저한 자기 점검과 혁신을 단행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할 때이다.신뢰는 예쁘게 포장해서 시작될 수 있지만, 그 신뢰를 지속시키는 것은 기업의 공정하고 청렴한 운영이다. 백종원이라는 얼굴 뒤에 진짜 지속 가능한 기업 운영 원칙이 있었는지 물음을 던지고 싶다.